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 - 권내현
예전에 가끔 친구의 집에 놀러 가서 뵙는 할아버님들께서 늘 물어보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자넨 본관이 어디인가?”
그럼 “김해 김 씨입니다”라고 아버지가 가르쳐준 데로 대답을 하곤 했습니다
요즘 아이들 초등학교 때에도 자기 이름의 본관과 한자 이름의 뜻을 알아 오라는 숙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조선시대에 본관을 가지고 있는 집안은 거의 양반이고 아니면 최소한 평민 이상의 계급으로 알고 있는데
주변에 본관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을 본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사람들 모두 양반의 후손이란 이야기가 되는데 이게 말이 안 되는 것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면 조선시대 1910년 대의 인구조사에도 양반이 인구가 전체 인구의 3%를 넘지 않았다고 하는데 대한민국 사람들 모두를 스스로를 양반의 후손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양반이나 노비 출신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어느 시기에 신분간 계층 이동이 활발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조상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본관을 가지는 양반이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 이 책은 현재의 경남 산청군인 '단성현'의 호적을 시계열적으로 분석하여 특히 '수봉'이라는 노비의 가계가 어떻게 양반이 되었는지를 밝히는 것을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여기서 하나 더 생각해 볼 것은 우리는 일제 강점기와 6.25를 거치면서 완전히 조선시대의 신분제도는 폐지되었고 양반도 노비도 없으며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한 세상에 살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누구에게나 균등의 기회가 주어지고 누구에게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계층이 결정되지 않는 완전한 평등 사회를 이루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말하기 힘들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타고난 신분은 없으나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경제력과 이를 바탕으로 얻어지는 학력은 서서히 특권화 되면서 대물림되어 새로운 신분제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데니얼 마코비츠는 “엘리트 세습”이라는 저서에서 능력주의에 의해 만들어진 엘리트집단을 신귀족사회로 비판하고 있으며 예전의 사회가 세습을 통해 특권을 공고히 했다면, 현대사회는 엘리트 부모가 자녀들의 교육을 통해 능력을 대물림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크게 화두가 되고 있는 사회의 배분에 있어서 공정성을 확보하는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은 사회의 공정한 기회의 배분에 있어서 공감할 부분이 많기도 하지만
반대로 자신이 사회적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것이 자신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공정한 출발점에서 시작하지 못했다는 데에서만 그 원인을 찾게 될 경우 사회에 대한 불만과 자기 합리화에 빠져 노력하지 않는 다른 방법을 찾으려는 시도가 커지게 하는 부작용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참 어려운 숙제이며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두껍지도 않으니 한번 읽어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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