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나눔] 작별인사

작별인사 - 김영하

 

 

제가 김영하라는 작가를 안 것은 "알쓸신잡"이라는 TV 프로그램이었고 작가인지도 몰라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재밌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천상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나중에 작가라는 것을 알고 나서도 이 분의 책을 읽어 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TV에 출연해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책을 홍보하거나 현학적 허세를 떨거나 되지도 않는 정치적 개똥철학으로 시청자를 현란한 말솜씨로 현혹하는 작가라는 이름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정치꾼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불편하기도 하였습니다

 

거기에 저의 독서에서의 인기 작가들의 책들에 대한 거부감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고전을 찾아 다시 읽어보는 것을 좋아하는 취향도 있지만 요즘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작품들은 마치 무슨 곡이던 발표만 하면 그냥 1위에 오르는 인기 아이돌 그룹의 노래처럼 도대체 그 책을 읽은 사람이 몇 명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출간되자마자 서점에서 당당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애써 외면하려 했습니다

 

이번에 밀리의 서재에 뜬 것을 보고 책이름에 대한 호기심에 끌려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라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자작나무 숲에 누워 나의 두 눈은 검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한 번의 짧은 삶, 두 개의 육신이 이었다. 지금 그 두 번째 육신이 죽을 앞두고 있다..."

 

이렇게 시작하는 소설의 시작 부분에 호기심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도입 부분을 보면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어떻게 전개되는 이야기인지 도통 예측이 되지 않아 읽게 되었습니다

 

두 번의 삶? 두 개의 육신? 이건 무슨 이야기이지? 하는 강한 호기심이 생겼던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또 이런 내요이구나 하면서 책을 덮을 뻔했던 나름의 위기가 두 번 있었습니다

 

이 책이 AI와 로봇 윤리에 대한 이야기구나한 순간과 주인공의 이름의 철학(哲學)의 철자를 따서 "철이"라고 이름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였습니다

 

아니 무슨 로보트태권 V도 아니고 이거 또 프로야스 감독의 "아이로봇'에 대한 오마주 소설인가? 하는 느낌이 확 들면서 괜히 읽었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시작을 했으니 끝까지 읽어보자 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제가 처음 가진 선입견과는 조금 다른 점으로 접근하였습니다

 

이 소설을 보면서 계속 생각하는 것은 "자아", "자유의지", "죽음", "인간의 의미", "마음" 등의 단어들입니다

 

그중 제가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단어인 "자유의지"와 "자아"는 일전에 읽었던 "세상의 주인", "1984" 등의 소설에서 깊게 다루고 있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천주교 관점에서는 신께서 인간을 만드셨을 때 신의 모습을 본떠서 육체를 만들고 거기에 영혼을 불어넣어 주셨으며 아무런 부족함 없이 낙원에서 살게 해 주셨음에도 인간은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유의지"를 발휘하여 "선악과"를 따먹음으로써 죽음과 사람의 고통과 수치심을 느끼는 "자아"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신자들도 의문을 가집니다.

 

왜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인간이 선악과를 따먹게 하는 시험에 들게 하셨는지? 그렇게 하지 않게 하셔서 인간에게 영원한 행복을 줄 수 있지 않았느냐? 그리고 애초에 왜 거기에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선악과"가 열리게 해 두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하느님께서 일부러 인간이 그 선악과를 따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면서 부족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함으로써 간절히 하느님을 다시 찾게 하기 위함이었는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 보면 그런 에덴동산에서 아무런 부족함 없이 그렇게 인간들이 살아갔다면 정말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작별인사"라는 소설에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이를 극복하고 살아 남기 위한 의지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본능이 없다면 정말 "자아"를 가진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지금처럼 신앙심이라는 것이 생기고 매일매일 어려움을 참으면서 노력하고 발전해 나가고자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어디까지 "자아"가 있는 존재로 받아 드려야 하고 어디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합니다

 

이러한 고민에 대해 너무 많은 영화나 소설들이 있어 왔고 그 해답을 제시하고자 노력도 하였지만 해답보다는 그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아일랜드"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영화 "아이 로봇"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영화 "터미네이터"

 

리들리 스콧 감동의 영화 "브레이드 러너"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등등

 

어떻게 보면 많은 영화들에서 김영하 작가는 영감과 소재를 끌어 와서 어떻게 보면 흔하디 흔한 AI와 미래 세계에 대한 또 하나의 소설을 썼다고 처음에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서 많이 듣거나 본 이야기들을 잘 엮고 "죽음"에 대한 의미와 "인간"이 "인간 다울 수 있는" 것에 대한 작가의 생각의 깊이가 더해지면서 또 다른 재밌고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 써졌다는 것이 너무 다행스럽습니다

 

그 점에서 김영하 작가의 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다음에는 "살인자의 기억법"도 한번 읽어 볼까 합니다

 

여러분들도 기회가 되시면 이 "작별인사"라는 소설을 꼭 한번 읽어 보시고 "자아"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깊이 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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